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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육아휴직은 '신의 한 수'
2018-10-04

“마라톤을 완주하고 웬만큼 험한 산행도 거뜬히 해내는 제가

생후 30개월이 된 아들의 활동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저녁 6~7시면 녹초가 됩니다.”

 

2013년에 결혼한 저는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지난 9월 말, 둘째 아이가 태어난 뒤 육아휴직을 했고

현재 대부분 시간을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 데 보내고 있습니다.

 

 

기다리던 둘째 소식, 그러나!

지난 1월 아내가 둘째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았을 때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습니다.

둘째의 산후조리와 30개월 된 첫째 아이의 육아를 동시에 해야 한다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아이의 활동량이 한창 늘고 있어서 육아가 점점 힘들어질 때였죠.

직장에서 야근하는 날이 많았고 주말에도 대부분 일을 해서 육아에 도움을 주기가 힘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대세가 조부모 육아인데 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께도 도움을 청할 상황이 아니었고 베이비시터를 쓰기엔 제 급여에 맞먹는 비용이 너무나 부담스러웠습니다.

 

“큰 비용을 들여 베이비시터를 고용하느니 내가 그 역할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모든 고민의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한동안 일을 놓고 아내의 산후조리를 도우며 아이들과도 가까워질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끝에 둘째의 출산 예정일에 맞춰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아내와 직장 상사의 반대

사실 아내를 설득하는 데 두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내는 휴직 기간 중 평소만큼 급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담이 생길 것을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제겐 경제적 손실보다 아내의 건강이 더 중요한 문제였어요.

그리고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도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결국 아내는 고민 끝에 제 의견에 따르기로 했고, 마지막 미션만이 남아있었습니다.

 

직장 상사와 동료들의 승낙을 받는 것은 처음에는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래도 모든 건 때가 있다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 기관장님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5시간처럼 느껴졌던 5분이 흐르는 동안 한참을 고민하던 기관장님은 결국 만류하셨지만 제 의지는 확고했고,

처리 중이던 업무들은 며칠 밤을 새워서라도 꼭 마무리 짓고 휴직을 하겠다고 선처를 구한 뒤 결국 승낙을 받아냈습니다!

 

 

산적+주부’가 된 아빠

요즘의 저는 ‘산적+주부’의 모습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분주히 움직이다 보면 면도할 시간이 없어서 외모는 ‘산적’에 가깝습니다.

사실 육아휴직을 하기 전엔 큰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 동안만큼은 여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시간에 좋아하는 운동이나 등산, 책도 읽고 영화도 보려고 했지만 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그전에는 아내가 집안일에 소홀하다고 생각할 때도 많았습니다.

아이가 어린이 집에 있는 시간엔 여유가 있을 텐데 아내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 같아서 불만이었습니다.

결국 부부싸움으로 이어진 경우도 종종 있었고요.

아이를 키우면서 집안일을 하기는 정말 힘이 듭니다.

특히 낮에는 너무 많은 일을 하면 저녁 시간에 아이를 돌 볼 힘이 없는데 육아휴직 하면서 아내의 고충을 알게 돼서 참 다행입니다.

 

 

아들 녀석의 마음을 얻다

육아휴직으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사랑하는 아들 녀석의 ‘마음’입니다.

엄마가 동생을 낳고 병원에 있는 동안 많이 큰 애는 불안해했습니다.

종일 시무룩해 있고 밤에는 울다 지쳐서 잠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안아주고, 업고, 목마도 태우고, 공도 던져주면서 체력이 되는 데까지 열심히 놀아줬습니다.

아빠를 무서워하고 거리감을 두던 아이가, 언젠가부터 저를 볼 때마다 ”압!, 압!~”하며 활짝 웃는데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더라고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먹이고, 씻기고, 안아 주다 보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는 이 시간이 저와 아들 모두에게 정말 소중한 시간이란 걸 깨닫고 있습니다.

 

 

육아휴직은 ‘신의 한 수’였다!

젊은 아빠가 늘 집에 있다 보니 의아해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육아휴직을 한 건 ‘신의 한 수’였습니다.

마라톤을 완주하고 웬만큼 험한 산행도 거뜬히 해내는 제가

생후 30개월이 된 아들의 활동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저녁 6~7시면 녹초가 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산후조리 중인 아내 혼자 했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내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복직이 한 달 남은 지금,

휴직 기간을 연장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의 가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이 순간에도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아빠들이 있다면,

저는 주저하지 말고 선택하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의 가정에 화목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 이 포스팅은 <2016 아빠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체험 수기집>에 실린 ‘오세찬 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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