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네이버 포스트
전체메뉴보기
아빠 심리 지원
닫기

닫기
"육아, 출근. 둘 중에 힘든 걸 내가 할게" - 남성육아휴직 에세이 2 -
2018-03-28

아내가 임신하기 전 제가 물었습니다.

“육아, 출근” 이 둘 중에 제일 힘든 것을 내가 하겠다고 말이죠.

아내는 출근하겠다고 했고, 그땐 그게 현실이 될 줄 몰랐어요.

아내가 임신했을 때는 입덧이 상당히 심해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뭐라도 더 챙겨주면 입덧이 줄어들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으니 정말 괴로웠죠.

그 뿐만 아니라 여자들이 출산을 하게 되면 손, 발목 관리를 잘 해야하는데

실제로 육아할 때는 모든 관절에 무리가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운동을 꾸준히 했던 제가 육아를 해 아내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을 하게 됐습니다.

 

 

아내와 저는 같은 회사를 다녔는데, 다행히 사무실의 모든 직원들이

남자가 육아휴직을 한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그거 재미있겠는데?” 라는 반응이여서 더 감사했어요.

동료들의 무한한 관심과 지지를 바탕으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기를 간절히 원해 출산한 부모라면 모두 공감할 겁니다.

이렇게 예쁘고 신기한 아이가 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말이죠.

복귀한 아내는 직장에서 계속 아이가 아른거려서 보고 싶다고 하지만

육아휴직을 한 저는 그 예쁜 애를 계속 볼 수 있으니, 육아휴직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육아휴직은 아내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큰 경험

제가 아이를 돌봄으로써 아내의 건강상태가 점점 회복되는 것이 가장 보람 있었어요.

붓기도 빠지고,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줄어 한동안 예민하던 성격이 조금은 부드러워졌습니다.

출산하고 몸이 온전치 못한 아내가 육아를 전담했다면 하루 종일 우는 아기의 기저귀를 수차례 갈며,

100일이면 8키로가 훌쩍 되는 애를 안은 채 앉고 일어서기를 반복했겠죠.

그렇게 손목, 발목에 무리가 가서 비 올 때마다 고통스러워했을 아내를 생각한다면

남자의 육아휴직은 아내를 돕는 게 아니라 ‘가족을 지키는 길’이라고도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젊은 사람들이야 제 육아휴직에 지지를 보냈지만

어른들은 “여자가 애를 낳았으니, 집에서 애를 보면서 쉬어야지. 왜 멀쩡한 남자가 왜 휴직을 하나?”

의아해하는 반응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산휴가 3개월 동안 쉬면서 몸조리하기란 거의 불가능이라는 걸 실제 부모들은 알 거예요.

밤낮 가리지 않고 아기를 돌보는 엄마들에게 출산 후 3개월은 ‘휴가’가 아니라 또다른 고생의 시작입니다.

저 역시 직접적으로 육아에 주가 되어 동참하지 않았다면,

“아이 낳고 육아하는 것은 엄마들이 다들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당연시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겠죠.

하지만 휴직을 통해 육아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고

여자, 엄마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또다른 직장생활 같은 육아휴직

남자들이 가정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경제활동도 꼭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서는 건 가정에 충실해야 하는 거겠죠.

육아휴직은 그런 의미에서 아빠들이 가정에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쉽게 생각할 일도 아닌데요.

지금 육아휴직 중이라고 하면 제가 집에서 편하게 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못지 않게 어떻게 보면 퇴근이 없는 육아는 더욱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때론 아이 분유를 먹이면서 졸기도 해요.

아이가 잘 때라도 함께 자야하는데 그 시간에 젖병 소독하고 세탁기 돌리고, 집안일을 하느라, 많이 피곤하거든요.

육아휴직을 하려면 미리 체력을 보충하고 몸을 만들어놔야 한다는 농담 같은 팁을 전합니다.

 

 

이제는 훌쩍 큰 아이가 아침마다 우리 부부에게 “아아아~” 노래를 불러주기도 합니다.

그 때마다 너무 사랑스럽고, ‘이게 부모의 마음이구나’ 싶어 따뜻한 마음이 몽글몽글 샘솟아요.

다시 생각해봐도 육아휴직 전이나 후나 제 삶의 의미는 가족이예요.

특히 이제는 가족이 화목하고 행복해야 그때 비로소 내가 더 멋지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단 걸 알기 때문입니다.

 

- 본 에세이는 2018년 5월까지 1년간 육아휴직 중인 조OO 님의 실제 수기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