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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되고나서 알게 된 ‘아버지’란 이름의 무게
2018-03-07

안녕하세요, 아빠넷을 통해 두 번째로 인사드리는 심리상담사 정용선입니다. 
오늘은 30~40대 초보아빠들의 걱정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아빠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면서 아빠들끼리 나누는 대화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육아나 교육 방법이 흔한 주제가 되었고, 청소, 요리와 같은 가사 정보를 나누는 일도 비일비재해졌죠. 
한편 여전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도 있으니그것은 바로 ''입니다.

'누구는 얼마 전 집을 장만했더라' '누구는 재테크로 인생역전을 했더라' 
'누구는 이번에 승진해서 연봉이 올랐다더라'

이미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한 경우도 있지만 저처럼 과도기에 있는 초보아빠들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성공담이 때로는 부담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돈이 전부도 아니고, 돈으로 행복을 살 수도 없지만 
추운 겨울에도 아이를 뛰어 놀게 해주려면 키즈카페에 갈 돈이 필요하지요.
돈이 있어야 소중한 우리 가족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할 수 있고, 
명절에 양가 어른들께 용돈을 드릴 수도 있습니다. 
볼수록 천재 같은 내 새끼 능력을 키워주며 
소위 말하는 부모 노릇을 하기 위해서도 분명 어느 정도 돈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수십억 자산가를 꿈꾸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우리 가족이 돈 때문에 고생하지 않고 평안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지요.
물론 가정 경제가 꼭 아빠만의 짐인 것은 아닙니다. 
엄마가 더 큰 돈을 벌고 가정을 이끌 수도 있죠. 그러나 여전히 아빠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은, 
'내 힘으로 가족 부양하기'라는 책임감을 흔히 갖습니다. 
특히 점점 더 기회의 문이 좁아지는 이 시대, 
초보 아빠의 어깨를 쳐지게 만드는 첫 번째 고민. '부자 아빠 되기' 입니다.

그렇다고 무슨 일을 하든 부자만 되면 끝일까요?
제가 아빠로서 더 자주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입니다.
살다보면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고, 그 책임마저 회피하려 적당히 변명을 둘러대는 경우가 생깁니다. 
욕심이 자라 절제를 못할 때도 있고, 무심코 던진 말로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날도 있죠. 
가끔은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때로는 누가 봐도 잘못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하나같이 아이에게는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것들을 수시로 하고 있는 자기 자신과 마주할 때의 괴로움.
초보 아빠를 씁쓸하게 만드는 두 번째 고민. '떳떳한 아빠 되기'입니다.

아이 목욕시키기부터 밥 먹이기, 놀아주기, 재우기, 빨래, 청소는 
하다보면 각자 노하우가 생겨 어떻게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인 자유를 얻기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럴 때 종종 아빠들은 답답함과 무력감을 느낍니다. 심할 땐 우울해지기도 하죠. 
그렇다고 가족과 고민을 나누기도 어렵습니다. 얘기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니까요.
인간적인 성숙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아이 앞에 당당한 언행만 하며 살고 싶지만 
책에 나올 위인이 아닌 이상 때로는 부족하고, 때로는 유치하고, 가끔은 비겁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부자 아빠나 훌륭한 아빠가 되는 것보다도 사실 제가 더 깊이 걱정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아이 곁에 존재하는 아빠 되기' 입니다.
아무리 돈을 잘 벌고 존경스러운 아빠라도 너무 바쁘거나 
또는 어떤 이유로든 아이 곁을 지키지 않는다면 아빠로서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아빠가 곁에 없는 아이는 의지할 곳이 없어 위축되고 소심해집니다. 
아이에게는 살을 부대끼고 무서울 때 달려가 안길 수 있는 아빠가 필요합니다.
저는 부자 아빠도 되고 싶고, 아이에게 존경 받는 훌륭한 아빠도 되고 싶지만 
설사 그 두 가지를 모두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저 건강한 아빠로서 
아이 곁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큽니다. 
저에게 유독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어쩌면 어린 나이에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그 빈자리를 실감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늘 애매모호하고, 선택은 언제나 불완전합니다. 
내 뜻대로 할 수 없고, 늘 아쉬움이 남는 인생을 견디는 게 곧 삶이자 힘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직은 부자가 아니더라도, 100% 완벽한 아빠가 되지 못하더라도, 
오늘 하루를 잘 견디고 살아가는 아빠들이 스스로를 좀 더 기특하게 봐주면 좋겠습니다. 
목표에 도착하진 못했지만 우린 꾸준히 그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충분히 괜찮은 아빠가 아닐까요?

 

좀 더 너그러운 눈으로 스스로를 인정하고 격려할 때 
우리는 한 번 더 힘찬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그 길에 가끔 달콤한 행운도 찾아오길 바라며 대한민국 모든 아빠들을 응원합니다. 
 
글쓴이 : 정용선
- 임상미술심리치료 전문가 / 상담심리사
-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라서> 저자
-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아빠 멘토